현대장신구 그룹전
<Brooches Maketh Man: 브로치, 남성을 말하다>
2025년 12월 4일 ~ 12월 18일
씨앗갤러리
(화-토 10:00~18:00)
참여작가:
김계옥
김유정
박주형
신혜림
신혜정
원재선
이남경
이예지
이형찬
전지현
조민희
조성호
현성환

역사 속에서 장식은 성별의 구분보다 존재를 드러내는 언어에 가까웠다.
왕과 장군, 학자와 시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장신구를 통해 명예를 기리고, 애정을 드러내며, 내면의 결을 표현했다. 가슴 위에 놓인 브로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세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남성의 장식 문화는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절제와 단정, 균일함을 미덕으로 삼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장식은 남성과 멀어졌고, 그와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시각적 표현의 언어도 조용히 사라져갔다.
널리 알려진 격언 “Manners maketh man”은 품성과 태도가 한 사람을 형성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역사 속 남성들은 장신구를 매개로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왔다. 작은 장식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던 차분하고 섬세한 시각적 어휘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존재를 정리하고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Brooches Maketh Man: 브로치, 남성을 말하다>는 이러한 잊힌 표현의 언어를 다시 살펴보는 전시다. 브로치와 라펠핀 같은 작은 장신구를 통해 남성이 장식을 하나의 표현으로 사용해왔던 방식을 되돌아본다. 이는 과장된 치장이 아니라, 자신을 정제된 형태로 보여주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이 전시에서 장신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한 사람이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자 하는지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조용히 사라졌던 남성의 장식 언어는 이 전시를 통해 다시 현재적 의미로 자리 잡는다.
이혜진
씨앗갤러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