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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장신구 그룹전

흑은백 黑銀白 : Gentle Resonance

2025년 6월 19일 ~ 7월 3일

씨앗갤러리

​참여작가:

김희주, 신혜정, 이연미, 임종석, 아니 시베르, 타구치 후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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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 오늘날의 공예 작가들에게 가장 익숙한 재료 중 하나다. 금속공예의 학습 단계부터 접하게 되는 은은, 형태와 질감의 실험이 용이하고, 연성과 가공성이 높아 실질적인 제작 재료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 익숙함은 창작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도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미 손에 익은 재료를 어떻게 다시 새롭게 보고, 말하고,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전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흑은백 黑銀白 : Gentle Resonance」는 은이라는 오래된 재료를 여섯 개의 고유한 기법을 통해 다시 바라보는 시도다. 단조, 주조, 세선세공, 입사, 조금, 전해주조—모두 수세기를 넘어 이어져 온 공예의 언어이자 기술이다. 작가들은 이 언어들을 단순히 재현하거나 계승하는 데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조형적 문법으로 재조율한다. 하나의 재료, 여섯 개의 시선.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그 해석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과 감각을 탐구한다.

여기서 기법은 단지 형식을 구현하는 수단이 아니다. 단금은 금속을 망치로 두드리며 형태를 이끌어내는 물리적 행위이며, 전해주조는 전류를 통해 보이지 않는 층을 금속 위에 입히는 과정이다. 입사와 세선세공은 금속 간의 관계를 섬세하게 조율하고, 조금은 표면 위에 흔적을 남기며, 주조는 그 모든 형태와 질감의 가능성을 흘려 붓는다.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은과 대화하는 여섯 개의 태도는, 은이라는 재료가 지닌 해석의 폭을 증명한다.

전시 제목인 ‘Gentle Resonance’는 재료와 기법, 그리고 작가의 태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면의 울림을 가리킨다. 이 공명은 작고 조용하지만 분명하다. 손끝에서 금속이 깨어나는 방식, 침묵 속에서 은이 발화하는 순간들. 「흑은백」 이라는 말은 색의 대비를 말하는 동시에, 감각의 결을 드러낸다. 은이 지닌 무채색의 스펙트럼과, 그 속에 스며든 감정의 밀도를 함께 보여준다.

익숙함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 시도는 기술과 감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은이라는 재료가 여전히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은은 아직 할 말이 많다. 그리고 이 전시는 그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김희주,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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